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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문구
(용산구 이태원동)
대한문구

 

서울에 문방구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요. 

저희도 그만할 수도 있어요.  

 

언제부터 이곳에서 문방구를 운영하셨는데요?

30년 가까이, 27, 8년 넘었을 거예요. 

 

제가 다닌 문방구 중에 가장 좁은 곳 같습니다. 여기는 몇 평 정도 되는 문방구에요?

2평 조금 넘어요. 평수는 작지만, 이 동네 월세가 저렴하지 않아요. 

 

어떻게 이 동네로 오시게 되었나요? 

저는 이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조그맣게 시작했어요. 

 

그런데 왜 문방구를 하려고 하셨어요?

글쎄요. 저는 흥정하는 재주가 없어요. 그러니까 문방구는 정찰제니까 괜찮았어요. 

 

요즘 문방구들은 초등학교 앞에만 남아 있던데 이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나요?

아뇨. 저희는 학생들을 상대로 하지 않아요. 학생 손님들은 거의 없어요. 가게 하는 사장님들, 직원들이 주로 손님이에요. 

 

초등학교 앞에 있는 문방구와는 판매되는 상품들이 정말 달라요. 

저희는 예전부터 장난감을 판매하지 않았어요. 

 

처음에 여기서 시작했을 때 이 동네는 어땠나요?

그때는 이 동네가 무척 활성화되었었죠. 문방구도 훨씬 잘 되었어요. 그때는 아시안게임도 했었고, 88올림픽도 한 후라 사람도 많았어요. 

 

이 동네는 어떻게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술집이 많았는데 술집이 사라지고 식당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지금은 그 많던 식당도 비어있는 곳이 많아요. 사람도 정말 많은 동네였는데 금요일, 토요일 저녁때만 사람이 많고 다른 날은 한가해요. 할로윈데이 같은 날에는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가 그다음 날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요. 코로나 때문에 연말 분위기도 없어요. 

 

문방구도 그런 변화에 영향을 받아요?

많이 받죠. 식당에서는 수기로 작성해야 할 게 많았거든요. 복사 일도 무척 많았는데 요즘은 QR코드를 쓰다 보니 복사 일도 아주 많이 줄었어요. 시대가 이렇게 바뀌면서 문방구도 완전 내리막길 산업이 되었죠.

 

단골손님도 많겠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있나요? 

많죠. 많았어요. 지금은 자주 오지 않지만, 예전에는 많았어요.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온 외국 사람들이 정이 많아요. 대사관에 업무를 보러오러 많이 왔죠. 길에도 외국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없어요. 그래서 저희도 직격탄이에요. 외국 사람들 신분증 한 장, 두 장 복사하는 일은 꾸준히 있었는데 그마저도 없거든요.

 

이곳에서는 어떤 상품이 많이 팔렸어요?

골고루 잘 팔렸어요. 가게에서 장부를 적어야 해서 노트나 수정 테이프도 잘 팔렸고 필리핀 사람들이 소포를 보내려고 박스 테이프를 많이 샀죠. 라벨지도 무척 팔렸는데 지금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네요. 가끔 식당에서 가격을 올린다는 안내문을 코팅하러 와요.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예전과 다르게 변했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어요?

요즘은 인간적인 부분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아요. 예전의 정이 잘 느껴지지 않아요. 그래도 제가 몇백 원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으면 그냥 가시라고 하는데 그분들이 며칠 후에 다시 와요. 몇백 원 가지고, 음료수를 사서 오죠.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죠? 

저는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없어요. 그냥저냥 괜찮았어요. 

 

그렇다면 사장님에게 문방구는 어떤 곳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안식처 같은 곳이에요. 병원에 열흘 정도 있었는데 답답해서 못 있겠더라고요. 여기 와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거리도 봐야죠.

 

이 동네 분들도 많이 아시겠어요. 

친한 사람도 있고 이름은 몰라도 오랫동안 봤으니까 아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 재미가 있으니까 몇 년만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안될 것 같아요. 

 

작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어떤 곳보다 큰 행복을 주는 곳인데 그런 분들에게는 이곳이 없어지면 아쉬움이 크겠어요.

문방구가 사라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쉽겠죠. 손님들도 오셔서 없어지면 안 된다고 하는데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조금씩 정리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시장을 가거나 물건을 새로 들여오지도 못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주문해서 가져오고 있어요.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